섬, 진정한 가치…미래 세대와 공유 고령화·무인화 극복 방안 고민 대규모 시설투자 개발은 피하고 힐링·생산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남의 무수한 자원 중 가장 으뜸은 섬이다.
전남은 전국의 65%를 차지하는 2천219개의 섬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유인도만 280여개에 이른다.
바다에 면한 자원들도 풍부하다.
서남해안의 갯벌 역시 1천37㎢로 전국의 42%로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해양관광개발에 유리한 리아스식 해안도 전국의 절반인 6천419㎞에 달해 인구나 면적 대비 세계 최대 규모에 달한다.
바다면적도 2만6천450㎢(37%)를 차지한다.
오밀조밀 푸른 해역에 이어질 듯 흩뿌려진 섬들은 다도해의 수려한 풍광을 빚어낸다.
섬 곳곳에 담겨 있는 남도 특유의 역사·문화예술자원에 특유의 먹거리까지 천혜의 자원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의 섬들은 열악한 접근성과 관광인프라,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늙어가는, 사라져가는 어촌
실제 어촌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전남의 어촌도 피해갈 수 없다.
면세유와 인건비 급등, 어자원 고갈로 '잡는 어업'이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다. '기르는 어업'도 과잉생산과 값싼 중국산 수산물에 밀려 어민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어업권을 반납하는 고령의 어민들도 생겨났다.
실제 전남도와 통계청이 발표한 어업인구 변화에 따르면 지난 1995년 3만7천여가구 11만7천여명에 달하던 전남의 어업인구는 2000년 2만7천가구 8만명으로 31% 감소했고 2006년에는 2만4천가구 6만5천명으로 10년만에 절반에 가까운 44%가 급감했다.
이후에도 매년 감소세는 이어져 2013년 2만1천747가구 5만2천933명에서 2017년 1만8천871가구 4만4천51명으로 또 다시 줄었다. 20여년만에 어업가구는 반토막이 났고, 어업인구는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인구가 줄고 고령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무인도가 하나둘 늘어나고 남아있는 마을들도 과소마을(2005년 이후 인구 감소를 겪어 가구수가 20호 미만이 된 마을)이 되며 현재와 미래에 마을 기능 유지가 어려운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인도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섬의 인구 변화 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 유인도 279곳 중 개발대상도서 14곳과 10인 미만 도서 25곳 등 39곳이 인구소멸로 인해 50년 이후 무인도화가 된다고 분석됐다. 이는 2016년부터 2066년까지의 인구 추계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전남 지역 개발대상 도서 216곳 중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14곳(6.5%)이 50년 후 추계인구가 전혀 없는 도서로 분류됐다. 고흥 수락도, 영광 대각이도, 완도 원도·장도·예작도, 진도 각흘도·모도·윗대섬(상죽)·탄항도, 신안 상수치도·막금도 등이 대상에 올랐다.
전남 지역 10인 미만이 살고 있는 섬 32곳 중 25곳(78.1%)도 50년 내에 무인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무안 닭섬, 신안 외안도·요력도·율도, 여수 금죽도·수항도·야도·추도, 영광 대각시도·수각시도·죽도·횡도, 완도 모황도·양도·죽굴도·초완도, 진도 갈목도·소성남도·송도, 해남 시하도 등이 포함됐으며 대다수 고령자 비율이 매우 높고 인구 감소율이 커 소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기관 주도 개발 논란
도서 지역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어촌과 해양이 앞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수산업뿐만 아니라 6차 산업, 관광, 해양레저,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다 특히 어촌은 여전히 전통적인 수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6차 산업화, 어촌민박, 어촌관광 활성화, 해양레저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빼어난 해안경관과 청정해안을 갖추고 있는 전남 어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그리스 산토리니나 이탈리아의 카프리섬 같은 관광형 어촌으로 개발할 수 있는 뛰어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 국내 해양관광 비중은 2006년 37%에서 2011년 39%, 2013년 40%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남 섬 방문객도 2006년 5천625명에서 2013년 8천432명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전남은 정부정책을 기반으로 해양자원을 토대로 한 중장기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10년 단위로 추진해 온 '도서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행정자치부의 '명품섬'과 '찾아가고 싶은 섬',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국토교통부의 '국토 끝 섬 관광자원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명품마을' 등 섬 자원 활용 관련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전남도가 자체적으로 '갤럭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섬관광자원 개발사업에 나섰다.
서남해역을 4개의 지구로 나누어 다양한 테마를 갖고 40여개의 섬 개발을 계획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 프로그램 부재 등 성과 보다는 문제점을 낳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행정기관 주도의 개발위주 사업에 대한 불만과 지적이 커지자 정책전환에 나섰다.
전남도는 지난 2015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브랜드 시책으로 추진하며 관광인프라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해양수산부의 어촌개발사업에도 참여해 비교적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거점사업분야에 전국 8곳 중 3곳이 선정됐다. 권역별로 가장 높은 비중이며 선정과정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거점개발사업은 1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기초생활기반, 지역경관개선, 지역소득증대, 지역역량강화 등 어촌해양분야사업 활성화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어촌종합개발사업이다.
◆성공적인 어촌개발을 찾아
이번 기획시리즈 '전남의 섬, 해양명품관광자원으로'에서는 어촌개발사업에 선정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전남 해양명품관광자원의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세계적인 해양관광지 '그리스 산토리니'를 표방하고 있는 영광 낙월도와 고산 윤선도의 고적을 중심으로 옛 정원문화를 가꿔나갈 완도 보길도, 일제강점기부터 나로우주센터까지 과거·현재·미래의 섬을 보여줄 고흥 봉래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업추진 기반을 살펴본다.
또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고창 만돌권역과 해양관광의 거점 통영의 개발계획들도 들여다본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관광시스템을 통해 생산과 힐링의 공존이 이뤄질 수 있는 명품해양관광도시로 탄생할 수 있었던 과정을 소개한다.
이미 40여년전부터 섬을 관광자원으로 인식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광개발에 나섰던 그리스의 정책들을 살펴보고 특히 섬 주민의 소득과 연계한 인프라 조성을 통해 섬을 낙후지역에서 고소득관광지로 끌어올린 과정을 전한다.
또 섬이 보유한 자연경관과 생태가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이탈리아 카프리섬의 개발정책도 살펴본다. 무분별한 개발 보다는 섬이 보유한 문화자원과 환경보존에 중점을 둔 개발정책과 주민소득와 연계한 지원, 전담조직 구성 등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들을 조명한다.
이같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어촌이 투자확대와 다양한 어촌개발사업을 통해 관광객으로 붐비고 활력 넘치는 생산과 힐링의 공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변화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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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주도 개발 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