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 자본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M&A와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던 중국자본이 전 분야로 점차 다변화하는 추세다. 그동안 눈길을 받지 못했던 광주ㆍ전남지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 자동차산업, 전남 동부권 관광산업, 전남 중부권 에너지 산업 등도 중국 투자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과거 뼈아픈 실패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실현율을 높이고 각종 규제해결과 지역산업 기반을 통해 중국 투자를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다.
●전남도 중국자본 '옥석 가리기'
전남도는 중국 투자 실현율을 높이기 위해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실패 사례를 교훈삼아 '선 투자 후 체결'방식으로 전환했다. 중국 기업들의 확실한 투자의지를 확인한 뒤 투자조건을 내걸자는 이른바 '신중론' 전략이다.
지난 2014년 이후 투자협약 건수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 알짜기업의 투자유치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의 지난 2014 이후 중국기업 투자실현 현황에 따르면 총 2건으로 투자규모는 1000만달러(1건은 금액 미표기)이다.
유가공ㆍ분유생산기업인 HAM기업은 지난 4월 1000만달러 투자협약을 체결 한 후 광양항 배후 부지에 입주했다. 제조분야에서 중국 투자기업 '1호'에 이름을 올렸다. 한ㆍ중합작으로 구성된 골드윈드&DMS도 대불산단에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세부내용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도가 중국기업의 투자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부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협약 체결시 자본금 납입 조건을 내걸었다. 과거 같으면 수개월의 검토기간을 줬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외국기업이 투자를 빌미로 각종 특혜 등을 받아왔다"며 "이제 더 이상 투자의지가 부족한 기업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 의지가 확실한 기업만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그동안 중국발 '먹튀 MOU'로 인해 최대현안 사업들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레저관광기업도시인 J프로젝트는 총 6개 지구에서 송천, 초송, 부동지구 등 3개지구 사업을 포기하며 반토막 난 상황이다. 현재는 삼포지구(4.29 ㎢), 삼호지구(8.66 ㎢), 구성지구(20.96 ㎢) 등 J프로젝트 총 면적만 33.91㎢에 달한다. 조성사업비 1조8664억원을 들여 지난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완공이 목표다. 사업이 축소되는 동안 백지화된 중국자본은 2조~3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황회해그룹은 삼포지구 1조1100억원, 무안기업도시 2200억원에 달하며, 중국 중태건설 삼포지구 2500억원, 홍콩 글로벌기업경제합작센터도 삼포지구에 5500억원 등을 투자키로 한 바 있다.
●'조이롱자동차' 유치…광주 첫 시험대
광주시도 중국기업 투자유치에 팔을 걷어 붙였다. 광주시는 지난 3월 중국 신흥 자동차 기업인 조이롱(九龍)과 25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광주시가 중국자본 유치 실현여부를 확인할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조이롱은 협약에 따라 내년 중 광주에 KD(Knock-Downㆍ반제품) 공장을 우선 건설한 뒤 생산에 돌입, 15~18인승 전기승합차인 E6 2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2020년까진 전기승합차 2만대, 기타 차종 8만대 등 10만대를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국자본 유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투자실현 여부에 앞서 한국진출을 위한 국내 인증 통과가 녹록지 않다.
광주시 관계자는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친환경자동차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도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지엠이 야심차게 꺼내든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규에 맞춰 설계됐음에도 국내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받지 못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취득세, 공채,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등 대당 500만~600만원에 이르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 점은 고려하면 조이롱 자동차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이 친환경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1~8월 국내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3만4700여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를 3000대 이상 넘어섰지만 새로운 블루오션에 대한 '안방 기업'의 텃세가 신규 진입에는 걸림돌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조이롱 자동차의 광주투자 실현에 확신하고 있다"면서 "이미 조이롱 측은 투자 협약체결 전 국내 인증문제 등을 고려한 상황이어서 인증통과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자본 흐름 변경에 따른 유치전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 2014년 이후 중화권 자본의 한국 투자는 전례없는 동시다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투자 방식은 자회사를 설립에서 벗어나 인수합병, 지분 참여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투자분야도 부동산이 주를 이루던 것과 달리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의류, 뷰티, 식품,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다원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광주ㆍ전남도 충분한 기술기반과 투자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중국자본 유치에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전남연구원 박웅희 박사는 "중국 자본의 국내투자 대부분은 부동산 비중이 크지만 앞으로 기술수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과거 광주ㆍ전남이 내세울 만한 하이테크 기술은 그리 많지 않다"고 내다봤다.
박 박사는 "최근 들어 관광도시로 발돋움 한 여수ㆍ순천 등 전남 동부권의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전남 중부권은 한전이 입주한 나주혁신도시를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도 충분한 해외자본을 끌어 모을 자산으로 꼽힌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한전은 전력관련 분야 기업이 혁신도시로 이전할 경우 우선 구매를 약속한 바 있다"면서 "여수, 순천 부동산의 경우도 예전엔 손해를 보고 팔았다면 지금은 수익이 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광주권도 최근 자동차 100만대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통과로 인해 중국권 자동차기업 유치가 훨씬 용이해 졌다. 이밖에 중국 진출 기업 중 유턴기업을 유치하거나 해외동포 기업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성수 기자
전남일보
영암ㆍ해남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사업'이 정부의 개발계획 변경승인으로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그동안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공유수면(간척지) 토지화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8일 영암ㆍ해남군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사업 시행자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의 건'이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중앙부처간 협의를 거쳐 지난달 최종 승인됐다.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공유수면은 해남 산이면 구성지구 1593만㎡(482만평)과 영암 삼호지구 전체 부지의 97.4%인 843만8000㎡(255만평) 규모다.
이번에 변경된 주요 내용은 재원 조달 및 연차별 투자계획, 구역 밖 간선시설의 비용 부담계획, 사업체의 설치 및 이전에 관한 사항, 매립 목적의 변경, 방수제 설치계획의 변경 등이다.
특히 매립 목적이 '관광사업 시설용지'에서 '그 밖의 시설용지'로 변경되고, 방수제 설치 계획의 변경이 확정돼 중국 및 대기업 투자 유치가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공유수면 매립 준공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은 공유수면 매립공사 준공을 마치고 토지로 형질을 변경할 경우 등기 및 소유권 확보가 가능해져 금융권에 담보물권으로 제공할 수 있어 사업자금 조달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암군과 해남군은 오는 9월까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의 공유수면 준공검사를 마치고, 10월 공유수면 토지화가 완료되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보상업무가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행사도 다음달 공유수면 매립 준공을 목표로 굴삭기 등 중장비 30여대를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앞서 지난 6월 영암ㆍ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솔라시도' 활성화와 서남권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기업도시 진입도로 기공식이 열렸다.
솔라시도 진입도로는 해남 산이에서 영암호를 건너 남해고속도로 서호IC와 연결되는 길이 10.83㎞(교량 2.6㎞), 4차로로 건설된다. 국비와 도비 50%씩 총 255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진입도로에는 영암호를 가로지르는 길이 2.2㎞ 교량이 국내 최초인 '3차원 더블리브 아치교' 형식으로 설치돼 솔라시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남군 관계자는 "솔라시도가 준공되면, 지금 조선업종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서남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솔라시도'라는 이름으로 조성되는 영암ㆍ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2005년 8월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다.
솔라시도는 영암ㆍ해남 일대 33.9㎢(1206만 평)에 호텔, 마리나, 뉴라이프시티, 골프장, 친환경 공동주택 등이 들어서는 관광ㆍ레저형으로 건설된다. 2025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기반 시설과 골프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총 규모는 영암 삼포지구 4.289㎢ (130만평)ㆍ삼호지구 8.661㎢ (262만평), 해남 구성지구 20.960㎢ (634만평)이다. 삼포지구는 F1경기장 1.884㎢ (57만평) 제외한 2.413 ㎢ (73만평) 규모로, 현재 투자처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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