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SFR과 업무협약도 체결

업계 "솔라시도 개발 잠재력 풍부"

세계 각국 '황금알' 데이터센터 경쟁

대용량 데이터학습 등 센터 수요 폭증

구글·애플 등 빅테크, 인프라 투자 활발

토지·인건비 싼 말레이 등도 유치 치열

2030년 시장 규모 6224억弗 예상

한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전남 영암군과 해남군 일대에 조성된 ‘솔라시도’ 부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대형 AI 인프라 유치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24일 AI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스톡팜로드(SFR)그룹이 한국에서 3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한다. 초기 투자금으로 100억달러를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최대 35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를 미국의 유력 언론이 보도하긴 했지만 사업을 이끄는 SFR의 실체와 투자 능력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SFR은 범LG가 3세인 브라이언 구(한국명 구본웅)와 런던에 기반을 둔 투자사 BADR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아민 바드르엘딘이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구 대표는 가업을 잇지 않고 실리콘밸리에서 ‘포메이션8’이라는 벤처캐피털을 창업한 인물이다. 브라이언 구는 “한국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판 스타게이트는 올해 연말께 착공해 2028년 완공할 예정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생에너지 생산, 장비 공급, 연구개발(R&D) 분야에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1GW 이상의 전력을 내는 데이터센터는 흔치 않다. 1GW는 최대 100만 가구(4인 기준)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픈AI,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하나로 텍사스에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의 세 배 규모다.

◇ 전남 연고 BS그룹도 참여

SFR 측은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5일 도청에서 SFR 자회사인 퍼힐스와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상호협력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FR 고위 임원이 직접 전남을 찾아 사업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투자사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전남 영암과 해남 일대에 조성된 기업특구인 솔라시도를 유력 부지로 보고 있다. 솔라시도는 BS그룹이 전라남도 해남군 등과 함께 해남 일대 약 2090만㎡(약 632만평) 부지에 추진 중인 대규모 민관협력 도시개발사업이다. 명현관 해남군수가 이번 김 지사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는 점도 솔라시도 유치 유력설에 무게를 더한다. 솔라시도라는 이름은 태양의 Sol, 호수의 La(ke), 바다의 Sea, 도시의 도를 따와서 붙였다.

앞서 전라남도는 2023년 ‘솔라시도 기업도시 활성화’를 위한 비전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산업벨트를 구축하고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인근 기업도시 내 구성지구에 조성되는 RE100 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들과 RE100 데이터센터파크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투자 규모, 지역 등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26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일이어서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했다.

전라남도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전력 및 수자원 확보, 행정적 지원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전라남도와 한국전력 등은 지난해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 전력인프라(154㎸ 변전소와 송전선로) 조기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AI업계 관계자는 “솔라시도는 풍력발전 등 친환경 전력이 풍부한 편이고 땅값도 저렴해 AI데이터센터로서 개발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 각국 데이터센터 유치전 격화

테슬라, 메타,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빅테크들이 AI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AI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산업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황금알’로 부상하면서 각국에선 유치전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동에서도 관련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 중인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한국 외에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에서 저렴한 토지와 인건비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관건은 전기와 엔지니어 수급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솔라시도나 영종도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를 데려와야 한다”며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공학 인재가 적기에 투입될 수 있느냐에 사업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P&S인텔리전스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5년 3414억달러에서 2030년 622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 전문 연구기관인 DC바이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인 징웬 옹 연구원은 “건설 강국 한국은 미래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경주 기자